주간일기

7.31 ~ 8.13 주간일기

kkwakzii 2023. 9. 12. 21:53

더 이상 밀리면 영원히 놓칠것 같아, 급하게 심폐소생을 시작한다.

주간일기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6주나 밀리게 되었다.

 

핑계를 대보자면, 이전부터 쭉 얘기했듯 8월은 바쁜 일정들이 많이 예정되어 있었다.

(덕분에 6,7월 주간일기에는 일과 운동만 했다는 내

용이 가득했다)

오죽했으면 이벤트를 만들어보고자 갑작스러운 북한산산행을 했을 정도니.

놀고싶었던 마음들이 갑자기 터진것일까, 8월 한달을 정신없이 보내고야 말았다.

시작은 펜타포트 끝은 세부.

물론 그 사이에도 본가방문, 랩워크샵, 검정치마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쏜살같이 지나간 한달을 하나의 주간일기로 퉁치기엔 양심이 찔려, 2주씩 묶어 총 3편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이번주에 다 끝내보자!)

 

(왼) 루왁 (중) 수박 화채 (오) 부쩍 맑은날이 잦았다.

연구실 지인형이 루왁커피를 사와, 간만에 파라다이스에서 고급진 아침을 맞이했었다.

담백하고 깔끔한 첫향을 시작으로 끝은 고소한 잔향이 가득했다. 바디가 훌륭했지만 고소하고 너티한 잔향이 이렇게 오래가는 커피는 오랜만이었다. 최근 마신 커피중에 가장 맛있어, 마시면서 지인들과 루왁의 유래와 만들어지는 과정을 찾아봤다.

 

인도네시아에서 서식하는 사향고양이가 커피콩을 먹고 남긴 변을 씻어 모은 커피원두이고 사향고양이가 인도네시아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어 비싸다고 한다. 또 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를 루왁이라 불러 원두이름도 루왁이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루왁이 유명해지면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루왁 관련 사업이 많이 늘었는데, 문제는 불법으로 사향고양이를 수렵하여 원두콩만 먹이는 학대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루왁의 맛에 감탄하고 있던 와중에 모두가 잠시 숙연해졌다.

물론 모든 업체가 그렇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형태의 욕심이 주위 생태계를 파괴하는 모습들을 볼때마다 왠지 모를 미안한 감정이 드는것은 사실이다. 조금 더 자연과 함께 살아갔으면.

 

8월은 유난히 하늘이 맑은 날이 많았다. 퇴근 후 연구실 형 차를 타고 체육관을 향할때면 해가 뉘엿거리며 한강으로 우리를 유혹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우린 유다빈밴드의 노래를 크게 틀고 따라부르곤 했다. 연구에 찌들어갈때 최면처럼 따라부르던 '좋지 아니한가'를 시작으로, 여러 노래들을 들었는데, 유난히 석양에 어울리는 노래가 많았다. 8월 말에 첫 단독 콘서트를 오픈한다고 하는데, 꼭 예매할 예정이다. (물론 실패했다)

 

(왼) 실리카겔 (중) 검정치마 (오) 스트록스

드디어 펜타포트! 내한이나 힙합콘서트는 몇번 가봤지만 내 생에 첫 락페스티벌이었다.

금토일 3일중에 토일 이틀만 예매했는데, 끝나고나니 3일 다 갈걸 후회하기도 했다. 한여름 땡볕아래에서 노느라 온몸에 땀과 물이 흥건하고 그 위로는 흙먼지가 뒤덮이기도 했지만, 묵혔던 혈이 뚫린것만 같았다.

첫날인 토요일은 설, 실리카겔, 검정치마, 스트록스 등 특히 보고 싶었던 밴드들이 너무 많았는데, 역시 라이브는 모두 뛰어났다. 특히 실리카겔의 경우, dessert eagle같은 유명한 노래만 알고 있었는데 밴드 합주가 너무 좋아 공연을 다보고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급하게 추가했다. 검정치마는 두 말할것도 없이 좋았고, antifreeze가 나올때 다같이 뛰면서 떼창했던 순간은 정말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스트록스때는 슬램구역에 합류해서 미친듯이 물뿌리며 놀았다. 

 

새벽 1시가 조금넘어 집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온 몸은 땀에 절여져 있었다.

내일도 오전 일찍 나가야해서 빨래를 얼른 돌리고 시원한 물로 빠르게 샤워했지만, 도파민은 씻겨내려가지 않아 결국 이불속에서 들썩거리다 늦게 잠들곤 했다.

 

(왼) 푸드티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중) 카더가든과 석양 (오) 대미를 장식한 김창완밴드

이튿날도 늦지않게 형님과 합류해 송도로 향했다. 어제 우연히 잡았던 자리가 그늘이 너무 완벽해서 오늘도 사수하기 위해 일찍이 떠났다. 오늘은 너드커넥션, 카더가든과 같은 비교적 잔잔한 아티스들이 많았기에, 좋은 돗자리 자리는 필수였다. 일찍이 출발하여 뻥뚫린 도로를 달리며 오늘 헤드라이너를 장식해줄 김창완밴드의 노래 메들리를 듣다보니 어느덧 도착해있었다.

 

이번 펜타포트에서는 푸드티케팅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작년과 올해 시작전까지는 시스템문제로 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시스템을 잘 이용한 사람들에게는 편리했다. 따로 구매 줄을 서지 않아도 됐고 예약한 시간 전후로 음식을 찾아오면 기다리지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파워 J인 둘이 모이다보니 점심, 점심후 간식, 저녁전 간식, 저녁, 저녁 후 간식, 야식까지 모두 배터지게 챙겨먹게 되었다. 거기다가 시원한 생맥주까지. 완-벽했다.

 

저녁이 되고 카더가든 공연이 다가오니, 송도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석양 아래에 앉아 나무와 아무렇지않은 사람을 라이브를 들으며 맥주를 한잔하다보니 이상하게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물론 그런 것들은 늘 잘되지않던 연구생각이 대부분이었고 끝은 에라이 잘되겠지하며 찝찝한 마무리로 끝이났다. 

 

펜타포트의 마지막 대미는 김창완밴드가 장식했다. 사실 처음 김창완밴드가 헤드라이너라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실망과 걱정이 공존했다. 조금더 유명한 해외 밴드를 보고 싶었던 희망도 있었고 또 대부분 2~30대가 많을 락페스티벌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낼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기타를 치며 샤우팅 치며 기타로 오토방구를 태워버린 순간 걱정은 거기서 끝이었다. 개구쟁이,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아니 벌써, 가지 마오로 공연장에 있던 수많은 관객들을 마치 어린시절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처럼 만들었다. 그리고는 중간중간 너의 의미, 나 어떡해, 안녕으로 잔잔한 떼창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대망의 펜타포트의 마지막은 아리랑으로 장식했다. 3일간의 마침표로 이보다 더 완벽한 노래가 있을까 싶었다. 창완이형을 의심했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왼) 코에스에서 열린 KCCV (오) 부타이 1막 [1]

끝나마자 월요일부터 한국 컴퓨터비전학회를 참여했는데, 주말과의 괴리가 너무 커 한동안 적응하지 못해 힘들었다. 그래도 시원하게 놀다오니 얼마지나지않아 다시 집중할 수 있었고 학회에서 여러사람들이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창완이형의 (이제부터 형이다) 글을 끝으로 8월 2주간의 주간일기를 마무리.

 

록페스티발은 청춘시절의 자기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다는 건 젊은날의 추억일 뿐 만 아니라 자기 인생에 찍는 청춘인증 소인이며 헌시입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며 이웃에게 전하는 사랑입니다. 청춘과 청춘이 어우러지고 세대와 세대, 이웃나라와 더 먼 나라의 젊은이들이 하나가 되는 우정의 장입니다. 펜타포트 무대에 서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김창완 밴드 -

 

 

[1] 부타이 1막

 

부타이 1막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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