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시작전 처음이자 마지막 정식(?)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주말에 근교를 들리거나 또는 워케이션이라는 명목하에 고성에 다녀오긴했지만, 정식 휴가는 처음이었다.
무엇이 먼저인지 순서를 따지자면, 이번 여행을 위해 휴가를 아낀것이기도 했다.
여행지는 세부.
친하게 지내는 친구 무리와 향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더욱 설렜다.
각자 연인, 일, 타 휴가 일정으로 인해 매년 미루고만 있다가, 기적적으로 올해 3월에 협의에 이르렀다.
생각보다 협의는 간단했다. 그냥 질러버리고 휴가를 그때 꼭 맞추는 배수진을 치는것.
협의보단 강행에 가까웠다.
그 이후 모일때마다 대화주제는 여행 일정얘기였다.
6명이 함께 움직이는 만큼, 이동시간이 많은 액티비티보단 서로 시간을 같이 보낼수 있는 휴양을 택했다.
온라인 회의까지 가세하여 숙소예약까지 무리없이 완료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순탄한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여행 3주전에 개인사정으로 2명이 이탈하게되었다.
어떻게든 함께 가는 방법을 끝까지 찾아보았지만, 결국 아쉬운 발걸음으로 나머지 인원들끼리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태풍에 대한 걱정과는 달리, 4일 내내 비걱정 없이 맑은날로 가득했다.
수영-헬스-폭식의 일상들을 보내며, 일년에 몇안되는 가장 여유로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스노쿨링을 했는데, 바다 밑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을 지닌 산호초와 그 주위 이름모를 물고기떼들이 마치 다른 세상에 온것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정신차려보니 마지막날이 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지난 4일을 회상했을때, 나뭇잎들이 가려주는 그늘밑 해먹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잠들었던 순간과
떨어지는 해를 옆으로 텅빈도로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그때의 여유와 해방감은 한동안 다시 느껴보지 못할 것 같다.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매순간 너무 즐거웠기에, 정정하자면 아쉬움보다는 깨달음에 가깝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라면, 조금 더 도전적인 여행이었다면 어땠을까.
여유와 해방감과는 다르게,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과 똑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고 노력할때 왠지 모를 이상한 동지애가 느껴지곤 했다.
나의 부족한 어휘로는 그 감정을 동지애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이상한 감정이었다.
1페소라고 아끼려고 한마음으로 흥정하던 순간, 물속에서 웃는 모습 찍겠다며 2시간째 잠수만 했던 순간 등
별건 아니어도 네명이서 하나에 몰두했던 순간들과 그것을 이뤘을때 나눴던 감정, 그리고 바로 옆에서 똑같이 기뻐하는 친구들.
아무튼 묘한 것이 있다.
그래서 어쩌면 몽골같은 곳을 함께 다녀왔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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