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껴있다는 핑계로 조금 늦은 주간일기를 작성하게 됐다.
작년부터 은둔생활을 오래 이어와 큰 기대가 없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많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보고싶은 친구들이 모두 축하인사를 건네주어 더욱이 많은 축하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먼저 연락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이런 이유로 먼저 안부를 물어봐줘 고맙기도 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고 함꼐 축하해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대구에서의 첫일정은 아빠와의 드라이브였다.
어렸을 적 냉장고에는 늘 과일이 가득담긴 통이 있었다. 계절별로 온갖 과일들을 즐겨먹던 나를 위해 엄마는 출근전에 늘 통이 꽉 차도록 과일을 깎아두시고 가셨다. 성인이 되어 가끔 본가로 내려올때면, 아빠가 박스채로 사온 과일을 엄마가 깎아두어 작은 통에 또 담아두곤 했다.
바로 깎아 먹는 과일이 더 맛있다 얘기하며 부모님을 만류해보지만, 한결같이 냉장고 안은 과일이 가득한 통이 들어있었다. 아빠는 근무지 근처의 과수원에 꼭 들려 사오셨는데, 월요일엔 드디어 같이 동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의 이전 근무지였던 고령에 들려,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갈비집[1]을 찾았다. 갈비집 입구에 형형색색으로 늘여져있는 축구화를 보니 잠시 어렸을적 감상에 젖기도 했다. 날씨좋은 5월초 친구들과 함께 축구한경기하고 엄마따라 먹는 돼지갈비.
친구놈이 생일이라 대구의 어느 오마카세집[2]으로 데려갔다. 가격에 비해 구성이 알차, 조금은 놀랬다. 기본 사시미부터 초밥과 후식까지 괜찮았고 특히 생맥주가 기똥찼다. 사장님이 자신있게 삿포로 생맥을 추천하셨는데, 친구랑 둘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식사가 끝날때 무렵, 사장님이 혹시 생일이냐고 여쭤보며 초밥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남자 둘이 와서 먹고 가면 꼭 생일이더라 말씀하시며 건네주었는데, 주위를 살피니 남자둘은 우리뿐이긴 했다ㅋㅋㅋ 뭐 어때, 맛있으면 된거지. 바로 헤어지기엔 생맥의 여운이 짙게 남아, 바로 옆 펍[3]으로 자리를 옮겼다.
15년동안 여행부터 졸업, 생일, 연애 및 각종 고민 상담 등 많은 이벤트를 함께 해온 친구다보니,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도 서로의 머릿속이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머쓱하게 씩 웃으며 짠하고 한잔하곤 했다.
휴가를 내고 내려온것은 아니기에, 평일 오전오후는 일도 꾸준히 했었다. 지난주에 갑작스럽게 생각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빨리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일이 잘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훌쩍 주말이 되어 오랜만에 누나와 동대구역에 다녀왔다. 드디어 오래동안 이어왔던 향투어 2탄을 하게되었다. 이전엔 연구실 형과 같이 다녔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discriminator의 평가가 필요했다. 동대구역에 온김에 장칼국수와 함흥냉면[4]도 한사바리하고 향투어2탄을 이어갔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불리향수[5]에 꽂히게 되었고 결국 오래이어오던 향투어의 종지부를 찍었다. 오랜 갈증을 푼 느낌이랄까. 기쁜 마음에 와플[6] 하나 챙겨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어느새 주말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떠나기전 가족식사를 하게됐는데, 몇개월전부터 부모님이 입아프게 추천했던 장어집[7]으로 향했다. 사람이 얼마나 붐비는지, 오픈시간에 딱 맞춰갔음에도 1시간정도 웨이팅을 해야했다. 그날은 비가 많이 내려 차안에서 같이 노래들으며 기다렸는데, 가족과 어디 멀리 여행나온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좁은 차안이 왠지 모르게 아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팔공산에 올라간 기념으로 에그타르트맛에 감탄했던 카페로 [8]또 향했다. (지난 주간일기에도 적은바 있다.) 부푼 기대를 하고 가족들에게 소개하듯 향했지만, 에스프레소도 에그타르르도 모두 맛이 변한 것처럼 느껴져 아쉬웠다. 맛이 조금 못해졌다기보다는 그냥 맛이 없었다. 추출할때, 크랙이 생겼거나 원두로스팅을 잘못했거나 어떤 결함이 있는 맛으로 느껴졌다. 결국 커피를 다 비우지도 않은채 재빠르게 나왔다.
커피가 아쉬운 것인지 가족들에게 자랑했던 모습이 머쓱해서였는지,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근처 핸드드립전문점[9]에 들려 게이샤 한잔으로 마음을 달랬다.
한주의 끝을 알리는 일요일 오전에는 아침 일찍이 움직여야 했다. 친구들이 저녁[11]에 생일축하자리를 마련해줘 조금 일찍 기차에 올라 서울로 향해야만 했다. 올라가기전 올라가는 마지막 식사를 위해 엄마는 아침일찍 부지런히 미역국을 끓이셨다고 한다. 생일이 지나고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1] 고령 가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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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츠바키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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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나나펍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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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니 대구 신세계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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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리 대구 신세계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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