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일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달이다.
생일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순 없지만, 5월에는 늘 새로운 이벤트들이 가득했다.
어렸을 때는 어린이날과 각종 지역 축제들을 기다렸고, 학생때는 중간고사 끝난 직후 학교 운동회,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들이 즐비했다. 대학생이 되고서는 각종 학교 축제들과 페스티벌들을 즐기느라 바쁘게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감사했던 분들에게 안부전하며 찾는 날들도 5월에 모여있기에, 괜스레 가슴 따뜻해지는 날들이 많았다.
이번주는 신기하게도 예기치 못한 이벤트들이 5월의 흔적을 짙게 남겼다.
오랜 고향친구 셋의 약속이 갑작스럽게 한 친구의 건강문제로 파토가 났다. 약속을 미루기보다는 다른 친구와 난 둘이서라도 보기로 했고 친구는 고맙게도 내가 사는 근처까지 와주었다. 친구가 가보고 싶어하던 ㅎA[1]에 미리가서 혼자 맥주한잔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저문 해와 함께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A)는 20살부터 알고 지내며 일년에 한두번 이상은 봤는데, 예나 지금이나 나와 정말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낀다. 요즘은 MBTI를 통해 유사한 사람들끼리 알아보곤 하는데, MBTI도 동일할 뿐만아니라 진로, 연애, 친구관계와 같은 삶의 전반적인 가치관까지 닮아있다. 조금은 나로서 살아가는게 지칠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이다. 생일도 비슷하게 5월인 A를 이번에도 꼭 보고 싶었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와는 다른 A의 모습에 있다.
A는 본인 스스로를 물음표 살인마라 칭한다. A와 함께있다보면, 스무고개를 하듯이 나의 현황부터 시작해서 관심사까지 수도 없이 많은 질문들이 오간다. A와 얘기하다보면 신기하게도 현재 내가 가장 고민하는 것들이거나 관심있어하는 것들을 얘기하게 되는데, A는 이에 대한 티키타카까지 진솔하게 이끌어 내곤 한다. 진솔한 대화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응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비슷한 성격을 지닌 나는, A와 마찬가지로, 주변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그리고 어디서 행복을 가장 느끼는지 등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질문들은 수도없이 이어져나온다. 하지만 A와 달리, 최근 나는 타인의 관심사에 관심을 갖는것과 더불어 나의 관심사와 대조하며 왜 차이가 발생하는지 분석하려 든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A가 Antifreeze라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을때, 나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떠올림과 동시에 나도 Antifreeze를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지, 싫어한다면 왜 싫어하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질문의 시작은 A에게 향했지만, 결국 나의 초점은 나의 생각에 향해있고 A의 답변으로부터는 한걸음 떨어지게 된다.
변하지 않는 A처럼,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막막함을 느낀다.
주말에는 친구(B)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인해 뮤지컬 영웅을 보게 되었다. 우연히 무료 표를 2장 구하게되었고 감사하게도 그 기회를 나에게 줬다. 용산 블루스퀘어[3]에서 공연을 하여 오전에는 B와 남산타워 런닝을 하고 근처 남대문 시장의 닭곰탕집[2]에서 점심을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평소 뮤지컬보다는 영화나 가수 공연을 더 선호했다. 뮤지컬 특유의 갑작스러운 노래 전개가 조금은 어색했고, 또 연기부터 노래가 라이브로 진행되는 만큼 연기, 노래, 연주의 삼박자 중 하나라도 삐긋하게 된다면 그 흠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감정 이입을 조금 깨곤 했기 떄문이다. 친구도 비슷한 이유로 뮤지컬을 잘 보지 않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역사에 대한 관심많고 군인정신을 높게 생각하는 편이기에 영웅만큼은 보고 싶었다고 했다. 입장할때는 반신반의했지만 공연이 끝나고는 짙은 여운으로 인해 커튼이 내리고도 오래동안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옆을 돌아보니 똑같이 눈물자국이 얼굴을 그리고 있었고 집을 도착하고도 둘은 뮤지컬 얘기를 카톡넘어로 이어갔다.
A와 달리 B는 신기하게도 MBTI도 성격도 정반대에 가깝지만, 삶의 가치관에 있어서 어느 한구석이 깊게 닮아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으로 인해, 결국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비슷했던 적이나 동일한 경험에 대해 같은 감정을 느껴 서로 통했던 적을 직감했던 순간들이 많다. 그럴때마다, B와는 성격은 달라도 결이 비슷하다고 얘기하며 퉁치곤 한다.
일요일은 또 다른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서핑을 다녀오게 됐다. 친구(C)와 C의 여자친구가 리조트에 당첨되어 초대했는데, 서핑도 하고 동해바다도 보며 힐링할겸 떠나기로 결정했다. 서핑을 아직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C의 피드백 덕분에 보드에서 일어나 파도를 타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또 일정들이 일찍이 끝나, C가 추천하는 물회집[5]에도 들리고 중앙시장에 들려 오징어순대와 회까지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전날에 포장해온 황심탕을 먹었는데, 여행이 끝나고 C, C의 여자친구와 나 모두 황심탕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으로 손꼽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짧은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모든 일정들이 생각했던 대로 맞게 떨어지다보니 이틀 연속 서핑을 하고 실력도 기르고 다양한 속초 음식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을 초대해준 C와 C의 여자친구에게 감사를 전하고싶다.
예기치 못한 세 약속으로 인해, 2023년의 5월은 다시 한번 일년 중 가장 기억남을 달로 기억될 것 같다.
갑작스러운 약속들에도 아마 좋은 감정과 상황이 지속될 수 있었던건, 다름이 아니라 세 친구들의 공통적인 성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셋 모두 다른 성격을 지녔음에도, 공통적으로 상대에게 온전히 시간을 내어줄줄 알고 말하기보다는 진솔하게 들을 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나 또한 이들이 주는 편안함 덕분에, 긍정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게 되고 이런 긍정적인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일들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1] ㅎ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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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닭진미강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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